[김유진칼럼] 극한직업


외국의 한 회사에서 구인광고를 냈다. 다수의 응시자들이 있었고, 회사는 온라인 면접을 실시했다. 회사가 설명한 직함은 상황실장. 맡아야 할 업무는 방대했다. 기동성이 있어야 하고 일하는 대부분 서서 일해야 한다. 뛰어난 협상 기술과 대인관계 기술이 필요하며 의학, 재정, 요리등에 대한 학위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일하는 동안 지속적인 최대의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하며 긍정적인 기분과 태도로 업무를 수행해야한다. 휴식시간은 주어지지 않으며, 식사는 고객이 식사를 마친 후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혼돈과 혼란 속에서 일을 해야하며 생명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일주일에 약 135시간이상, 365일 일하며 휴가 및 병가는 주어지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고객과 밤을 새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나 설날, 추석 등의 휴일에는 추가 업무가 발생하며 급여는 없다. 이 직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고객을 돕고 함께하는 과정에서 오는 정서적 교감과 깊은 유대관계이다.

면접 응시자들은 ‘지나치고 비인도적이다,’ ‘불법이 아니냐,’ ‘꼬일대로 꼬인 직업’이라는 반응을 내보였다. 직업의 업무내용을 읽은 당신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핼조선도 아닌 외국에서도 저런 직업이 있나 싶고 열정페이가 강요된다더니 이젠 무급으로 사람을 부려먹나 싶을 것이다. 그러나 면접관은 지금도 이 직업을 수행하는 이들이 전세계적으로 수십억명 있다고 말한다. 이 직업이 무엇인지 눈치챘는가? 이 직업은 바로 엄마다.

엄마는 고객맞춤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직업이라 하면 모름지기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엄마는 하나의 고정된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해라 저 사람은 저렇게 해라 말은 많지만, 내 아이에게 적용되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아이들의 성격, 인성, 신체발달이 다 다르고 아이들의 경험과 생각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엄마는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당최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제 내 아이를 조금 이해하나 싶으면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또 다른 어려움과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아이가 겪는 모든 상황이 아이에게 낯설 듯 엄마가 처음인 엄마에게도 아이가 자라는 순간순간은 낯설고 어렵다.

엄마는 육체적노동뿐 아니라 정신노동도 엄청나다. 나의 상처와 남편의 상처를 쏙 빼 닮은 내 아이는 존재만으로도 나의 상처를 꼭꼭 찔러 아프게 한다. 나를 찌르는 존재가 친구나 배우자만 되어도 성질껏 소리 한번 지르고 훌훌 털어버리겠지만, 내 아이이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삭히고 참아낸다. 어쩌다 참지못해 소리라도 지른 날에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혼이 난 아이보다 더 마음이 아프다. 엄마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 일들을 감당해 낸다.

부모교육세미나를 진행하다 보면, 많은 엄마들과 소통하게 된다. 세미나의 주제나 자녀의 나이를 막론하고 세미나를 참석한 엄마들의 공통된 생각은 ‘나는 부족하다’이다. 그들은 “내 나름 한다고 하는데 내가 좋은 부모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엄마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그러나 세상에 어떤 사람이 저 모든 일들을 완벽히 수행해 낼 수 있을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엄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실수하며 자라나 듯 엄마도 실수하며 성숙해져 간다. 실수투성이라도 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자기반성도 중요하지만, 자기 위로와 격려 또한 중요하다. 오늘은 반성 대신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당신의 어머니에게, 누군가의 어머니인 당신에게 해보길 바란다.


03/14/2019 <한국일보>


#워싱턴가정상담소 #상담소칼럼 #상담 #부모교육 #칼럼 #극한직업 #자기위로

#FCCGW #counselorcolumn #counseling #parenting #parentingeducation #column #Extremejob #selfsoothing

30 views

Recent Posts

See All

[임진옥 칼럼]감정코치 대화법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사회, 경제뿐 아니라 가정도 크게 변화되고 있다. 곧 지나가겠지라는 기대와 함께 참고 눌러 두었던 스트레스와 심리적 어려움을 더이상 조절할 수 없어 상담을 요청하는 내담자들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 그동안 바빠서 서로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았던 가족 구성원들이 재택근무, 실직, 온라인 수업 등으

[이주희칼럼] 연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어느 동네에나 한 명쯤 사람들이 다가가길 꺼리는 사람이 있다. 흔한 마주침에도 인사 한번 안하고 늘 찌푸린 얼굴로 다니는 그 사람. 혹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듯 고개를 수그리고 다니는 그 사람. 말이라도 걸어볼라치면 우물우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던지고 자기 집으로 숨어버리는 그 사람. 마지막으로 씻은 것이 언제인지 떡진 머리에 지저분한 얼굴로 비틀거리는 그

[조은영칼럼] 트라우마와 정체성

인간의 전생애 발달과 자아정체성 연구로 유명한 에릭 에릭슨은(Erik Homburger Erikson, 1902. 6.15 ~ 1994. 5.12) 유태인 엄마와 노르만인 생부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태중에 있을 때 이미 생부는 어머니를 떠난 상태였다. 에릭슨이 태어나고 3년 후 어머니는 유태인과 재혼하여 37년간 의부가 생부인줄 알고 살았다. 어려서 유태인학

SPONSORS: 

1952 Gallows Road #210

Vienna, VA 22182

Call Us:

703.761.2225~6

TTY: 711 (Relay                               Service)

  • Facebook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