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상담사] 꼬리잡기

어릴 적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꼬리잡기를 해본적 있는가? 꼬리잡기는 편을 나누어 길게 늘어서서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상대편의 꼬리를 누가 먼저 잡는지 겨루는 게임이다. 여느 게임이 그렇듯 이 단순해 보이는 게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팀의 선에 선 사람은 눈치 있게 방향을 선택하여 상대의 꼬리를 재빠르게 잡아내야 하며, 뒤에 선 사람들이 자신을 따라 움직일 수 있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앞뒤없이 상대의 꼬리만을 보고 직진하다 보면, 자신의 팀이 끊어져 버리거나 상대에게 먼저 꼬리를 잡히게 된다.

우리의 머리속에서도 매일매일 생각의 꼬리잡기가 펼쳐진다. 삶의 다양한 문제와 사건들이 길게 늘어선 사람들 마냥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연결되고, 그 길게 늘어선 생각들은 어느새 맥락없이 그리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친구의 지나가는 가벼운 말 한마디에 시작된 생각은 어릴 적 친구들에게 놀림받던 기억을 지나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구나와 같은 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까지 이르게 만든다.

생각의 시작이 어디였는지 기억할 수 있다면 그나마도 다행이다. 그 맥락없는 흐름을 멈추고 그 생각의 시작으로 돌아와 정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어디서 시작된 생각인지 고민인지 그 시작 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리고, 결국 생각 끝에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처한 상황에 대한 후회와 비난만 남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 내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내가 생각을 통제하는것이 아니라, 도리어 내가 생각에 통제 당해 버린다.

우리가 생각의 고리에 갖혀버리는 원인은 제대로 된 전략을 활용하지 못한데에 있다. 꼬리잡기 게임에서 상대의 꼬리만을 바라보고 직진하면 패배의 원인이 되듯, 한 가지 생각에 너무 깊이 몰두하다 보면 상황과 문제의 전체적인 맥락과 중요한 요소들을 놓치게 되고 결국 끝도 없는 생각의 흐름에 압도되어 버린다. 맥락에서 바라보면 그 가벼웠던 친구의 말 한마디는 나에 대한 비난도 비판도 아닌 것을, 맥락을 잃게되면 내 존재의 이유를 흔드는 세상 심각한 말이 된다.

이미 끝도없는 생각의 흐름이 시작되었다면, 생각에 제동을 걸어 더 깊은 생각의 늪으로 들어가기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 생각을 멈출 때, ‘이 생각을 멈춰야해’라고 생각하는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87년 하버드대 실험에서 A그룹에는 흰곰을 생각하라 지시했고, B그룹에는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결과는 B그룹에서 흰곰을 더 많이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생각하지 말아야지’하는 순간 ‘리바운드 효과’로 인해 그 생각에 강박적으로 묶여있게 되는 것이다.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즉시 ‘스탑’을 외치고 초점을 머릿속 생각에서 “지금 그리고 여기”로 전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금 그리고 여기” 벌어지는 일들에 집중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적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하루 평균 약 47%의 시간을 생각에 빠져 헤매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는 의미없는 생각의 흐름에서 빠져나와 조금 더 지금, 여기에 머무를 필요가 있다. 현재 내가 보는 것, 내 몸이 느끼고 있는것에 집중해 보자. 운전중이라면, 내 앞에 길게 늘어선 차들, 불빛, 신호등, 핸들 등에 초점을 두고 나의 오감을 총 동원해 보는 것이다. 핸들의 촉감은 어떤지, 차가운지 따뜻한지 딱딱한지 부드러운지 등 작은 디테일들을 찾아보다 보면, 그 순간 당신은 당신의 생각 안이 아닌 현실에 머무르게 된다.

오늘 하루 중 10분만 생각을 멈추고 현재에 조금더 집중해 보길 바란다. 그 10분이 오늘 당신에게 어제 느끼지 못했던 평안을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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