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희칼럼] 연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어느 동네에나 한 명쯤 사람들이 다가가길 꺼리는 사람이 있다. 흔한 마주침에도 인사 한번 안하고 늘 찌푸린 얼굴로 다니는 그 사람. 혹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듯 고개를 수그리고 다니는 그 사람. 말이라도 걸어볼라치면 우물우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던지고 자기 집으로 숨어버리는 그 사람. 마지막으로 씻은 것이 언제인지 떡진 머리에 지저분한 얼굴로 비틀거리는 그 사람.

그 사람의 아이는 늘 주눅들어 있고, 그 사람의 집앞에는 한 달에도 몇 번씩 경찰차가 서있다. 서로 집안에 수저가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절친한 동네에서도 도대체 형제는 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문 꼭 닫힌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그 사람.

어쩌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이웃들은 목소리를 죽여 수근거린다. 잠재적 범죄자. 평온한 우리 일상의 위협. 이사나 가버리지. 인터넷은 그 사람을 사회부적응자라고 부르고 군대는 관심사병이라고 부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스로 원해서 사회 부적응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변 사람을 멀리하고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한 날들의 시작은 대개 작은 일에서부터다. 남들보다 행동이 느려서, 목소리가 특이해서, 남들이 무시하거나 보지 못하는 것들, 이를테면 개미 같은 것에 관심을 기울여서 그 사람은 주변으로부터 이상하다는 말을 듣는다. 세상에서 가치있다고 말하는 재주나 특기를 가지지 못했거나 아니면 별로 가지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이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도대체 왜 그래?” 이다. 부모조차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 사람에게 세상은 항상 계단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든 오르려고 애쓰는 계단을 다른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내려간다. 세상은 언제나 그와는 반대방향으로 흐른다. 물밀듯이 밀고 내려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몇 번이고 계단을 오르려다 그 사람은 그만 방향을 잃고 만다. 혼자만 탈 수 있는 상행 에스컬레이터에 타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은 원하는 곳에 갈 수 없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언제나 멍하니 위만 올려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그를 이끄는 내재적 갈망은 그를 싸움꾼으로 만든다. 올라갈 길을 막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무리 한 가운데 그는 밀치고 부딪치고 떠민다. 때로는 좌절감에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한다. 가끔씩 보이는 그의 거친 행동은 그 사람과 주위에 더욱 큰 틈을 만든다. 그러니 대문 꼭 닫고 이웃과 등을 지고 사는 수 밖에.

사람들은 이상하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에게는 그렇게 큰 박수를 치는데 말이다. 고향 동네를 떠나 먼 바다로 이주했으면 거기서 잘 살다가 죽을 것이지, 굳이 남들과 다른 저 위 어딘가에서 알을 낳으러 그 먼 길을 떠나는 연어에게 숭어나 황어 같은 같은 동네 물고기들은 뭐라고 말할까. 온 몸을 던져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를 보며 “쟤는 뭐가 문제래?” 하지 않을까.

다음에 그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혹시 보거든 생각해 주라. 물살 헤치느라 지친 연어를. 남들 내려오는 계단을 오르느라 얼마나 지치고 힘들까 공감해 주라. 그의 아이가 풀 죽은 얼굴로 앞마당을 서성이거든 과자라도 하나 손에 쥐어주라. 지나가는 말로라도 오늘은 어제보다 키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해주라. 그래서 위로 계속 오르든지 남들과 같이 내려 가기로 결심하든지 그 사람이 자신의 길을 결정할 때까지 쉴 공간을 내어주라.


02/28/2019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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