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칼럼] 내면 아이


가족 치료사인 존 브래드쇼는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라는 책을 1980년도에 출간하는 동시에 뉴욕 타임스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있는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로 인한 자아가 성인이 되고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며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내 속에 있는 내면아이를 끌어안게 되었을 때 진정한 내면 치유 경험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이 책과 함께 어른이 되어 만난 내 안에 있는 내면아이에 대해 나누어 보고자 한다. 상담공부를 하며 ‘나란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면 할수록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계속해서 내 마음을 괴롭혔다. 그런 마음을 벗어나기 위해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라고 혼자 되뇌어 보았지만 오랜 시간 짓눌러 왔던 마음의 무게를 벗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인간의 핵심 요소를 즉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면아이와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기에 가장 먼저 내 자신에게 ‘언제부터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라고 질문해 보았다. 꽤 긴 세월을 거슬러 가보니 버스정류장 앞에서 울고 있는 열살 즈음의 어린 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 당시 나는 어머니와 함께 친척 집을 가기 위해 자주 버스를 탔었기에 혼자서도 버스를 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혼자 버스에 올랐지만, 그 버스는 예상경로로 가지 않았고 버스에 앉아 있는 어린 나를 어느 때보다 당황하게 했다.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고 미아가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이 버스를 계속 타고있으면 집에서 더욱 멀어질 거란 생각에 버스에서 내렸고 주머니에 있던 동전 몇 개를 꺼내어 편의점 앞 공중전화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택시를 잡아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신 말씀에 진정하고 택시를 타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이 상황이 왜 어린 나에게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일까. 기억을 더 더듬어 보니 그 후에 이야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무사히 돌아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버린 이 상황을 어머니께서는 친척들에게 웃으며 나누셨고 어머니의 의도와는 달리 나는 그 앞에서 수치심(상처받은 아이의 핵심)과 부끄러움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 때의 상한 감정과 상처로 인해 나는 내 자신을 ‘버스를 혼자 타지 못하는 부족하고 할 줄 아는 것 없는 아이’ 라고 정의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내면아이를 찾는 시간을 통해 이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여태껏 나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게 된 원인을 알게 되었다.

내면아이를 찾은 다음단계로는 자신에게 새로운 어린 시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상황을 어른이 된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니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부족한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혼자 버스를 타는 것은 흔치 않았던 일이고,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을때 당황해서 우는 것이 보통의 경우이다. 그러나 어린 나는 울지 않았고 대신 어머니에게 전화해야 겠다는 생각에 공중전화가 있는 편의점을 보고 그 때 버스에서 내렸다.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고, 두렵고 무서운 마음을 진정하려 애썼으며, 택시를 타고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집 주소를 택시 아저씨에게 말씀드리고는 무사히 집까지 돌아왔다. 이렇게 생각의 재구조화를 시켜보니 그 어린아이가 새삼 대견하다. ‘참 잘했어, 무서웠을 텐데 집까지 무사히 왔구나’ (치유감정) 라며 내면아이를 위로하고 격려하니 그제서야 이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부족한 사람’ 이 아니게 된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어렸을 적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아이를 생성하게 된다. 이러한 상처와 아픔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내면아이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해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 부정적인 성향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이 가진 오래된 상처를 들여다 보고 그 곳에 있는 내면아이에게 ‘괜찮아. 그 나이때는 그럴 수 있어. 너는 충분히 잘 해왔어.’라며 다독여주는 치유의 시간을 가져 보기를 권유해본다.


02/13/2019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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